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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에 대한 과학적, 심리적 고찰. '컬러의 힘'Reviews/Books 2020. 8. 24. 22:07
"흥미롭게도 여성과 남성은 실제로 색을 다르게 본다. 그리고 남성은 멀리 떨어진 곳에서 빠르게 움직이는 형상을 잘 보는데 반해 여성은 가까운 곳에 있는 색의 미묘한 차이를 쉽게 구분한다."
"그리고 파랑을 묘사하는 단어가 따로 없어서 한 단어로 파랑과 초록을 동시에 지칭하는 나라도 많다."
"그래서 일본에서는 신호등의 초록 불빛을 아직도 '파란불'이라고 부른다!"
"원래 pink는 14세기부터 to pink의 형태로 쓰이던 동사였는데, '구멍이 뚫린 패턴으로 장식하다'라는 뜻이었다."
"아기와 아이들이 색깔 있는 옷을 입기 시작했던 20세기 초반에만 해도 파랑은 섬세한 색이므로 여자아이들에게 적합하다고 간주되었지만 분홍은 강하고 과감한 색이라는 통념이 있었다. 분홍은 빨강을 연하게 만든 색인데 빨강은 남성성과 연관되는 색이므로 남자아이들에게 더 적합하다고 여긴 것이다."
옷이나 어떤 물건을 살 때, 기능적인 요소를 중점으로 보는 것도 있고, 디자인을 중점으로 보는 것도 있다. 그런데 디자인이나 기능상에 조건이 같다면, 그 다음부터는 고민하게 되는게 '색상'이다. 물론, 색상이 차지하는 이미지가 크기 때문에 디자인까지 잡아먹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아예 같은 제품 - 심지어 디자인이나 기능성에서도 - 이더라도 색상에 따라 어떤 제품은 재고로 떨이가 되는 경우도 있고, 어떤 제품은 가격이 더 치솟는 경우도 있으니까. 이런 경항은 우리나라 보다는 외국에서 더 강한 것 같다. 아마존에서 직구를 하다 보면, 색상만 다른건데 어떤건 떨이고, 어떤건 프리미엄이 붙는 경우를 더러 보니까. 심지어 사이즈에 따라서도 말이지.
그리고, 색상이라는게 우리한테 주는 영향이라는게 무시 못한다는 것도 어느 정도는 익히 알려져 있다. 본인에게 어울리는 색상이라는 것도 있고, 반대로 대비가 되어서 어울리지 않거나 주눅들게 만드는 색상도 있다고 하고. 또한 색상에서 떠오르는 심상이 있어서 어떠한 분위기를 내기 위해서, 또는 분위기를 전환하기 위해서 등 내가 원하는 대로 상황을 이끌기 위해서 색체 조합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실제로도 효과도 있으며, 인테리어 할 때 그런 요소를 고려해서 하는 경우도 많이 있고.
이 책은 색에 대한 그런 내용들에 대해서 과학적/역사적으로 설명을 하고, 색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알아가는 단계를 통하여 나에게 맞는 색의 계열, 색에서 주는 효과, 그것을 어떻게 이용하면 되는지의 측면에 대해서 써두고 있다. 유사계통 전공자로서 인상적이었던 부분이 바로 '여성이 남성보다 색에 대해서 더 민감하다' 라는 것이다. 실제로 색을 감지하는 세포는 원뿔세포 - 원추세포라고 배운 사람도 있을 것이다. - 가 그 역할을 하며, 빛의 삼원색인 R, G, B 각각에 대해서 민감도가 큰 세포로 구성이 되어 있다. 그리고 이 세포의 유전자의 경우, X염색체 위에 있기 때문에 남성이 여성보다 색맹에 걸릴 확률이 높기도 하고. 그러니 여성이 남성보다 색상의 미묘한 차이를 더 많이 감지할 수 있다는 것은 과학적으로 봤을 때 맞는 말이라 할 수 있다. 같은 현상이나 같은 장면을 바라본다고 했을 때, 더 자세하고 풍부하게 볼 수 있는것일테니까. 어쩌면 그래서 여성이 감수성이 더 풍부하다고 하는건가? 라는 생각을 잠깐 해보기도 했다.
그리고, 색의 역사에 대해서 이야기를 할 때도 인상적이었다. 우리나라의 신호등은 좌측부터 빨간색, 노란색, 초록색 이렇게 구성이 되어 있다. 그런데 나도 무의식적으로 '초록불'을 이야기 할 때, '파란불'이라고 이야기 하는 경향을 발견하였다. 그게 왜 그런지에 대해서는 크게 의문을 가지지 않았다. 그런데, 이 책을 봤을 때, 이 또한 일본어의 흔적인가? 싶었다. 일본어는 초록에 대한 구분이 없어서 파랑(あお, 靑)이라는 말을 계속 썼다고 한다. 그런데, 크레용이 수입되어 오면서 색을 '구분'지어야 되는데, 그 때 부터 쓰이기? 생기기? 시작한 말이 초록(みどり, 綠) 이라고 한다. 이런 내용을 보니 파란불이라고 무의식중에 부르는게 그런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아니면 우리나라도 특별하게 구분을 잘 안하고 있다가 해외 문물이 도입되면서 색의 개념이 세분화되기 시작한건가 라는 생각도 들고.
그 외에 내 성격이 어떤 색과 맞는지 등의 '색체심리학'에 대한 내용은 쓰지 않도록 하겠다. 그건 이 책의 핵심적인 내용이기 때문에 쓰면 책을 안읽어도 될 정도의 정보를 얻어갈 수 있으니까. 그래도 책으로 나온 이상, 그리고 실제로 저자가 이러한 일을 주 업으로 삼고 있는 이상은, 나도 선은 지켜야겠지.
평소에 색에 대해서 관심이 많다면, 무언가 작은 인테리어 소품부터 시작해서, 방 디자인이나 공간 인테리어 등에 있어서 색이 우리에게 어떤 효과를 주는지 자세히 알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보면 도움이 될 것이다. 다만, 이 책은 '여성'의 관점에서 바라본 내용이 많이 있다. 아무래도 꾸미고, 가꾸고, 표현하는 것은 여성이 남성보다 더 관심이 있고 잘한다는 관점에서 쓴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하지만, 남자도 충분히 감성적일 수 있고, 남성도 꾸밀 수 있으며, 남성도 색으로 자신을 표현할 수 있기 때문에 색으로 무언가 효과를 보고 싶다고 한다면, 색에 대해서 더 잘 알거나 친해지고 싶다면, 접해도 괜찮을 책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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