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올바른 방법. '한 공기의 사랑, 아낌의 인문학'
    Reviews/Books 2020. 10. 23. 21:35


    "한 공기를 넘어서는 사랑은 이제 사랑의 궤도를 이탈해 공회전한다. 사랑하는 사람을 더 이상 애지중지 하지 않게 되니까. 애지중지 하는 마음은 그를 아끼고 소중히 여기는 것, 한마디로 그를 내 뜻대로 부리지 않겠다는 마음이다."

     

    "고통은 일차적으로 주어진 삶의 조건, 우리가 죽을 때까지 감당해야만 하는 삶의 원초적 진상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어떤 식으로든 다른 존재에 폐를 끼친다는 것을 잊지 말자."

     

    "스스로 사랑이라고 믿지만, 두 공기, 세 공기의 밥이 되는 순간 타인의 고통을 가중시킬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 매너리즘에서 탈출하는 첫걸음은 세상의 무상에 마음을 여는 것이다."

     

    "모든 존재에는 우리가 반드시 따라야만 하는 본질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액체를 담는 것을 컵의 절대적인 본질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야, 우리는 컵에 꽃을 꽂아둘 수도 있고 예쁜 구슬을 담을 수도 있다."

     

    "영원하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별로 달라진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그 대상이 무엇이든 우리가 그 대상에 관심과 애정을 기울일 가능성은 줄어드니 말이다."

     

    "성숙을 확인할 수 있는 시금석은 단순하다. 성숙하면 자신이 강해지고 자신이 많은 것을 가지게 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을 아끼게 되고 사랑하게 되고 아파하게 된다."

     

    "사랑하는 관계라면 자신이 원하는 것과 원하지 않는 것을 상대방에게 그대로 표현해야 한다. 그것은 상대방에 대한 예의이자 사랑의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의무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타인에게 강요하지 않고, 반대로 타인이 원하는 것에 복종하지도 않아야 한다."

     

    "'무소유'의 무는 동사의 의미로 이해해야 한다. 그러니까 많든 적든 가진 것, 즉 소유가 전제된다. '무소유'는 바로 자신의 소유를 없애는 것, 즉 줄이는 것이다. 내 소유가 줄어든 만큼 그것은 타인에게 가게 된다."

     

    "사랑은 행동으로 증명되어야 할 무엇, 반드시 몸으로 드러나야만 하는 그 무엇이다."

     

    "매번 발화할 때마다 상대방의 고통을 덜어 내게로 가져오겠다는 사랑의 각오를 다질 수 있게 해주는 표현, 아울러 자신의 사랑이 타락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새로운 표현은 없을까."

     

    "바로 '아낀다'라는 말이다."

     

    "사랑을 받는 것이 아니라, 사랑을 하는 것이 우리 삶의 의지에 있어 결정적이다."

     

    "결국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그를 자유롭게 한다는 의미이자, 그가 "노"라고 말할 수 있는 힘을 긍정한다는 의미이다."

     

    "아무리 옳은 이야기일지라도 자기 입에서 그 말이 발화되어도 좋은지 숙고해야 한다. 바로 이것이 인문학의 지혜이다."

     

    "무언가를 아끼는 일은 힘든 일이다. 조장해도 아끼는 대상은 불행에 빠지고, 조장하지 않고 완전히 방임해도 아끼는 대상은 불행에 빠지니 말이다. 그래서 맹자는 "잊지도 말고 조장도 하지 말라"라고 말한 것이다."

     

    "아끼는 사람보다 건강해야 하고 아끼는 사람보다 오래 살아야 한다. 바로 이것이 누군가를 아끼는 사람의 궁극적인 발원이다."

     

    "'이만하면'이라는 말은 내가 아니라 내가 아꼈던 사람들의 입에서 나와야 한다."


     마지막으로 읽었던 책이 코로나 관련된 책이었는데, 그 이후로 책을 빌릴만한 여건도 좋지 않아서 뜸하게 빌리게 되었다. 빌릴 때마다 작은 도서관이 아닌 시립 도서관을 방문해서 빌려야 되고, 자격증 실기 시험 준비 등의 계획도 있었던지라. 

     

     그러던 와중에 이 책에 대해서 소개하는 라디오 방송을 듣게 되었다. 아마 95.1 TBS 교통방송 아니면 93.9 CBS 뮤직 FM 둘 중 하나였을 것이다. 주로 일할 때 라디오를 듣고 - 운전을 하다 보니... - 집에서는 거의 안들으니까. 가끔씩 책에 대해서 소개할 때가 있는데, 이 책에 대해서 소개를 했었고 내용이 확 와닿았다. 그래서 얼핏 듣기로는 '한공기의 사랑'이라는 문구가 기억에 남아 검색을 했고, 그래서 이 책을 접하게 되었다.

     

     무언가 성립되기의 전 관계 - 확정이 되고, 변하지 않는다고 착각하게 되는, 서로간에 약속을 하지 않은 - 에서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런데, 이상하게 확정이 된 상태에서 삐그덕 거리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일반적인 관계에서는 다들 알아봐주길 원했고, 맞춰주기를 원했었다. 어떻게 보면 주종관계일 수도 있었고, 나 또한 어떤걸 해야될지 생각을 크게 안해도 된다는 측면에서는 나쁘지 않게 생각했던 것 같다. 틀을 직접 만드는 창조성 보다는 무언가 힌트 또는 골조를 주면 그 안을 알차게 꾸미면서 만들어갔던 그런 느낌이랄까. 

     

     그런데, 작년과 올해 들어서 접하게 된 인간관계에 있어서 여러 가지로 데이고, 나도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고, 그러는 와중 속에서 새로운 인간관계를 만들어가며 그 동안이 우물안 개구리였다는 것을 느끼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중이 제 머리 못깎는다는 이야기도 떠올리고 있고. 핑계라면 핑계랄까, 지난 연애 기간이 길었기 때문에, 그리고 그 속에서 서로가 서로를 잘 길들였기 때문에 다른 것에 적응하기 힘들었던거라고 둘러대고 싶다. 뭐, 그런데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는건데 소리가 잘 안났다는건 내 문제도 있었다는거니까. 

     

     그러던 와중에 이 책의 내용에서 이야기 하던게 귀에 딱 들어왔다. '밥 한공기'라는 것. 배고픈 사람에게 밥 한공기는 참 절실하다. 그리고 한 공기를 먹으면 배가 부르다. 하지만 호의라는 말로 배고플거 같으니까 계속 한 공기, 또 한 공기를 권하게 되면 그것은 받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호의일까? 아닐까? 당연히 아닐 것이다. 한계효용이라는 측면에서도 그렇지만, 받는 - 먹는 - 사람 입장에서도 부담스럽거나 배가 터질 것 같은 고통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나 스스로의 만족을 위해서 그렇게 베푼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상대방을 위한다는 겉으로는 반지르르한 그럴듯한 말로 포장을 한채로 말이다. 그 속에서는 상대에 대해서 살피는 과정은 없고. 뭐, 여태까지는 운이 좋게도 그런 코드가 잘 맞았던 사람들을 만나서 별 문제 없이 지냈었을 수도 있던 것 같다. 

     

     그 외에도 첫 도입부에서 이야기 했던 인상적인 말이 떠올랐다. 인간은 행복한 순간보다는 고통스러운 순간이 더 많다고. 고통이라는 것은 살아있다는 증거이고, 그 고통을 완화시킬 수 있는 순간이 행복이라고. 그 말을 보는 순간 '그럼 인간은 고통스럽게 살 수 밖에 없는건가?'라는 생각을 했지만, 그건 아니었다. 바로 내가 고통을 알고, 느끼기 때문에 상대방도 어떠한 고통을 느낄지를 이해할 수 있게 되는거고, 그렇기에 그 고통을 최소화 하기 위해 노력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것이 사랑이고, 상대방에 대한 배려라는 것.  추가로 현재의 순간의 중요성. 무상이라는 것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과거가 현재의 발목을 잡으면 존재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는지라, 현재에 충실하고 즐기려고 하려는 생각을 갖고 있어서 그런지 많은 공감이 되었다. 

     

     책을 다 읽고 난 뒤에, 제목이 참 적절하게 잘 지은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랑이라는 말로 부족한 것을 '아낀다'는 말로 채우고, 그러한 말을 바탕으로 상대방을 바라볼 수 있게 해주는 것. 적당한 거리를 둬야 된다는 말을 인문학적으로 잘 풀어서 설명해준, 어쩌면 지금의 나에게 가장 필요했던, 적절한 책이 아니었나 생각을 해본다. 그리고 그것이 어렵다는 것 또한 잘 풀어서 이야기를 해줬고. 너무 가까워도 안되고, 그렇다고 너무 방임이어도 안되며, 건강해야 되고, 여유로워야 되며, 더 오래 살아야 된다는 것. 참, 쉽지 않은 일이다. 아낀다는 것은.

     그래도 내가 노력하는 만큼 상대방도 편안함을 느끼거나 고통을 나눌 수 있어야 되는데, 서로의 잘못된 방법으로 서로 고통만 느끼게 된다면 그것만큼 안좋은 일도 없을 것이다. 그러한 괴리감을 막아줄 수 있는, 다른 관점에서 혹은 객관적인 관점에서 아낄 수 있는 방법에 대하여 이야기를 해주는, 여러 가지로 생각을 하게 해주는 좋은 책이다. 

     

     아마, 이 책도 곧 구매를 하게 될 것 같다. 마음에 드는 책 중 하나라 두고두고 봐야겠다는 생각. 

Designed by Tistory.